원출처 : 보배드림
http://www.bobaedream.co.kr/view?code=best&No=196110
곰탕집 사건 항소심 3차 공판 후기입니다.
조회
120,480
|
추천
2,123
|
2019.01.18 (금) 22:13
2019 년 1 월 16 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 항소심 제 3 차 공판을 다녀왔습니다 . 이전 공판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탓인지 , 30 만 명의 청원이 있었던 것이 거짓말로 느껴질 만큼 공판에 참여한 기자나 방청객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. 매우 조용한 가운데 공판이 진행되었습니다 .
공판은 피고인 측이 증거로 제시한 영상 분석 결과 보고서에 대하여 확인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으며 해당 영상을 분석한 영상 분석 전문가가 증인으로 출석하였습니다 . 증인은 법원 , 수사기관 , 군부대 등에서 의뢰를 맡아 작업하는 6 년 경력의 베테랑 이었으며 , 영상 분석을 위해 원본 영상에서 화질을 개선하고 3D 시뮬레이션을 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.
아래는 증인이 증언한 내용입니다 .
- 피고인이 고개를 돌리고 난 뒤부터 손을 모으고 난 뒤를 교행 시간으로 판단하였을 때 이는 40 프레임 정도의 시간으로 약 1.3 초로 볼 수 있다 .
-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반사적인 행동을 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반적으로 1 초가 걸린다 . 1.3 초라는 시간은 의식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기에는 불가능하다 .
- 피고인의 행동은 일반적인 성추행범의 행동 패턴 ( 피해자를 장시간 따라다닌다거나 , 피해자를 계속 주시하는 등의 행동 ) 과는 상이하다 .
- 3D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했을 때 ' 피고인의 손이 가장 멀리까지 뻗었을 때 ' 는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몸에 접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.
- 다만 피고인이 손을 모으고 난 뒤에 피해자가 반응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손을 모으는 과정에서 어떤 경우에서든 접촉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된다 .
- 실제 범행 여부는 원본 영상에서 가려져 있기 때문에 판단할 수 없다 .
- 원본 영상이나 3D 시뮬레이션을 보면 해당 공간의 장소가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몸이 스치는 것을 볼 수 있다 . 마찬가지로 피고인과 피해자도 공간이 협소하기에 이동 중에 스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.
증인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추행 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며 스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에 작성하였습니다 .
이에 검사 측에서 증인의 증언에 대하여 반박하였습니다 . 아래는 검사 측과 증인의 문답 내용입니다 .
검사 ) 공공 기관을 통한 의뢰가 아니라 사적으로 의뢰한 것인데 공공 기관을 통한 의뢰와 사적으로 의뢰한 것의 금액 차이가 있는가 ?
증인 ) 이번 의뢰의 경우 200 만원을 받았다 . 법원을 통해 의뢰받는 경우 350 만원을 받는다 . 또한 증인은 의뢰인에게 먼저 법원을 통해 의뢰하기를 권유하였다 .
검사 ) 사건이 일어나기 전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성추행범의 패턴이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 . 또한 엉만튀 ( 엉덩이만 만지고 도망가는 행위 ) 의 경우 일반적인 성추행범의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.
증인 ) 사전에 피해자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행 시간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.
검사 ) 식당 현관문이 유리와 같이 반사되는 재질이라서 뒤에 있는 피해자를 인지하는 경우에는 범행이 가능하지 않느냐 ?
증인 ) 영상에서 피고인의 시선은 고정되어있었으며 계속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.
검사 ) 증인이 판단한 교행 시간과 실제 범행 시간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.
증인 ) 1 프레임은 약 0.03 초로 , 앞 뒤 프레임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0.1 초 정도의 시간이 포함될 뿐이라 크게 차이가 없다 .
마지막으로 증인의 " 인지 반응 시간은 특정 조건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 . 술을 마시거나 하는 경우 더 느려진다 ." 라는 증언과 함께 증언 신문은 마무리되었습니다 .
이번 공판에서 증인의 설명은 "1.3 초는 인간이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." 라는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만큼 간단명료하였습니다 . 하지만 판사와 검사는 계속해서 ' 피고인이 의도했다면 가능하지 않았겠느냐 ?', '1 초라는 시간이 그렇게 기냐 ?' 라는 질문만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. 그런 모습에서 저희는 판사와 검사가 의식적인 행동과 무의식적인 행동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.
또한 검사 측이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해 논점에서 벗어난 질문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. 예를 들어 " 의뢰비용이 얼마나 되느냐 , 공공 기관에서 의뢰한 것과 사적으로 의뢰 받은 것에서 차이가 있느냐 ." 라는 질문의 경우 실제 영상 분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질문이었으며 , 검사가 ' 증인이 의뢰비용 , 혹은 이 사건에 대해 편파적인 감정으로 분석을 하였을 것이다 .'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. 저희 운영진은 이 질문이 증인에게 매우 무례한 생각이라고 생각하였으며 , 증인 또한 불쾌하다는 기색을 비추었습니다 .
검사의 무리한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. ' 피고인이 여성을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여 성추행을 한다면 가능한가 ?' 이라는 질문이 과연 법정에서 , 그것도 검사의 입에서 나온 질문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믿으실 수 있으십니까 ? 이 질문을 듣는 순간 법정 안에 있는 방청객뿐만이 아닌 판사까지도 황당해하며 실소를 금하지 못하였습니다 . 어떻게든 증인에게서 ' 그런 경우에는 가능할 것이라 판단됩니다 .' 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피고인에게 초인적인 , 혹은 비상식적인 능력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검사에게 저희는 매우 착잡한 심경을 느꼈습니다 .
공판의 마지막에서 저희는 충격적인 사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.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영상을 분석한 증거를 제출하였으나 , 전문 영상 분석가에게 의뢰한 변호사 측과는 달리 검사 측에서 제출한 증거는 해당 CCTV 의 확대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. 심지어 이에 대한 추가 의견도 없어 판사의 입에서도 직접 ' 검사 측에서 제시한 증거는 따로 볼 필요가 없겠다 .' 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. 누구보다 열심히 증거를 찾아 범죄를 입증해야 할 검사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, 무죄로 추정되어야 할 피고인은 사비를 들면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크나큰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.
실무를 보는 변호사들은 말합니다 . 유죄추정은 있다고 .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순간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라지게 됩니다 . 곰탕집 사건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를 지킬 최후의 판례가 될 것입니다 . 이를 지킬 수 있게 꾸준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.